[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며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항공업계의 경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환율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원·달러환율이 장중 1200원을 돌파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12일 장중 한때 1200.4원까지 치솟았으며, 장중 기준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28일(1201.0원)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역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7년 만에 8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중국 전력난에 따른 경기 둔화우려,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 위기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이어지며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물가 오름세가 이전 수준을 되찾아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같은 전망은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경우 고용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통화정책 긴축 전환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해외구매 비용이 높거나 운영비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석유화학·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받고 있다. 다만 수출산업인 자동차·조선·반도체 등의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국의 '위드 코로나' 움직임에 따라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던 항공업계는 국제유가·환율 급등에 찬물을 뒤집어썼다. 항공업계는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에 대한 비용부담이 높은데다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 560억원, 아시아나의 경우 343억원의 외화손실이 발생한다.

항공업계는 통상 유가가 낮을 때 미리 구매계약을 맺는 '헤지'를 통해 위험을 관리해왔지만 코로나19로 경영이 위축돼 연료를 미리 비축해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김영호 연구원은 "3분기 평균 항공유가가 배럴당 7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급등했는데 수요 회복에 따른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순손실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유·석유화학·철강업계 역시 환율로 인한 원재료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매출원가의 절반 가량을 원유 구매비용으로 사용하는데 원유 결제를 달러로 구매해 부담이 크다. 다만 정유업계의 경우 국제유가가 7년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실적에 파란불이 켜진 상태인 만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납사·LPG 등의 가격이 오른데다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원가부담이 치솟았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국내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마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산업인 자동차·조선·반도체 등의 경우 단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원화환율 변동이 우리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기계장비(3.5%p) 컴퓨터·전자·광학기기(2.5%p) 운송장비(3.5%p) 순으로 영업이익률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의료·정밀 및 광학기기, 기계류 등 주요 15대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무협 관계자는 "4분기 수출 회복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해상운임의 지속적인 상승과 선복 확보의 어려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은 우리 수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장비 수입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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